코엔 형제 2 - 아리조나 유괴사건

2017.09.17 18:55조회 수 1댓글 0 첨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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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까지 그들을 17번 만날 수 있었다.

조엘 코엔은 1954년생, 에단 코엔은 1957년생이다.  

   

2017년 109번째 영화



2. 아리조나 유괴사건 Raising Arizona  (1987) : 이제 다른 꿈을 꾸어도 좋다.


아기는 울지 읺았다. 돌이켜보면 납치 전후에 한번쯤 울먹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뇌리에는 결말부 도로에서의 위험한

상황에서 아기가 울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면 질문은 당연하게도 왜 아기는 울지 않는가인데, 이는

곧 영화가 아기를 울리지 않도록 연출한 이유로 해제된다. 이로부터 아기와 관련된 중요한 두 지점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나는 왜 아기는 다섯 쌍둥이어야만 하는가이다. 물론, 이는 이야기에서 납치의 표면적인 이유로 포장되지만, 그보다는

다섯 같은 하나, 하나 같은 다섯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결말부에 아기를 돌려줄 때 그 곳에 다른 아기는 없다.


확대하자면, 이는 세상의 모든 아기라는 의미가 되는데, 이 범위에 우선적으로 포함되는 이는 하이(니콜라스 케이지 역)다.

아시다시피 본편은 주인공 하이의 성장담을 골격으로 하는 장르물이다. 이름은 '하이'이지만 그것이 반어법 호명임은

불문가지다. 그가 주로 범죄하는 공간이 편의점임은 그의 교도소 친구들과 비교할 때 차별화된다. 하이가 범죄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다시 편의점 강도 행각을 할 때 그가 제일 우선적으로 강탈한 물건인 하기스 기저귀는 사실상 그 자신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중반부에 친구의 아들들 중 하나가 물총으로 하이의 바지 앞 부위를 적셔 '오줌'이라 한다.


오프닝의 첫 나레이션인 뿐 아니라 이후에도 극중 해설자로서의 목소리 담지자가 하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내적 진행과

관찰자로서의 몫을 부여하는 관습이 아니다. 이는 첫 대사가 자신의 이름인 'H.I. 맥도나'라고 밝히는 것에서 추출되는데,

인물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호명할 때는 대개 성장의 발화점일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해두자. 자신의 이름으로 언급하여

시작한 영화가 '유타'라는 지역 이름을 호명하는 것으로 종결된다는 것을 결합한다면 주체로서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함이 서사의 뼈대임으로 환산할 수 있다. 하이의 첫 동작이 일종의 키재기에 가까운 범죄인 사진촬영임도 동일 맥락이다.


하이가 에드(홀리 헌터 역)에게 반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를 포토제닉의 대상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두 남녀가

서로에게 애정을 느껴야하는 순간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데, 본편은 이에 대해 성장담 장르적으로 즉각 해결해버린다.

하이의 성장 서사의 부연 중 교도소 내 집단 상담시 정신과 의사가 '갇혔다'라는 표현을 질의할 때 유머 코드로 다른 죄수가

'생리통 같은 걸 자주 앓는다'라고 말할 때 그 대답은 사실상 하이의 좌표를 대변한 것이다. 즉, 생리통은 하이의 성장통이다.

이 성장의 길에 에드와의 결혼이 놓이는 것은 전술했듯 에드가 하이를 3회에 걸쳐 촬영하여  그를 자기대상화시켰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길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에드의 불임은 하이를 순식간에 탈태와 안정으로서의 행복으로 무임승차하는

기적의 단순함을 제거한다.  그들의 최초 주거지가 불모지 한가운데 트레일러 공동주거구역과 이웃하고 있음도 같은 사유다.

자신의 지반 위에서 어떤 미래도 불가능하다고 인지할 때 인물은 탈취를 상상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 합리화다.

혹자는 그것을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읽어도 좋겠다. 아기의 이름이 '아리조나'인 이유가 지역이 아닌 부모의 특이한 성씨

때문임은 곱씹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정착의 실재로서의 '아리조나'가 아닌 환타지로서의 '아리조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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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다섯 쌍둥이의 친부의 직업은 가구업자인데, 그는 최저가의 가구를 판매하는 체인점의 최고 경영자이다.

즉,  네이단 아리조나는 일종의 가정을 판매하는 격이 되고, 그가 TV 광고에서 '더 싼 가구가 있으면 성을 갈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가정의 가치에 대한 본질적 통찰을 곁들인 것이다. 놀랍게도 네이단 아리조나는 절대악이라 할 수 있는

사냥개라 불리는 레오날드 스멜스 앞에서도 전혀 움추려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네이단/가구=가정 등식은 성립된다.

물론, 이는 정상성 가족애에 대한 환타지적인 찬양과는 거리가 있다. '아리조나'가 그렇듯 그건 성장의 경유지일 뿐이다.


'아리조나' 등의 이름이 나와서 부연하자면, 오토바의 추적자인 레오나드 스멜스를 첨가할 필요가 있다. 그의 존재는

전작에서의 사립탐정과는 다르면서도 동일하다. 코엔 형제의 관용적인 캐릭터 중 킬러의 유아독존적 맥락에 대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본편의 레오나드 스멜스도 역시 동일한 존재론을 내재하지만, 그보다 그의 존재 자체가 본편의 주제를

통찰하는 기호라는 점에서 사실상 영화의 진실한 맥거핀이 된다. 이는 전작에서 사립탐정이 불가지론의 오프닝 나레이션을

행한 것과 같은 서사의 내적 책임자라는 위치와도 공유된다. 무엇보다 성씨인 스멜스는 Smalls는 '작은'의 복수형이다.


이는 성씨 Smalls를 주인공 하이의 이름인 'H.I.'와 대조시킴으로서 극복의 가능성을 적시한 것이다. 이같은 단어놀이의

친절함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이번에는 크기를 꺼꾸로 하여 하이와 레오나드 스멜스의 몸에 딱따구리 애니메이션

캐릭터 문신을 동일하게 삽입하여 일종의 친부 살해를 통한 성장의식을 유치하게 봉인시켜놓았다. 즉, 하이가 레오나드를

수류탄 폭발로 완파시켜야하는 이유는 본편의 성장 서사 안에 친부 살해의 오이디푸스의 곁가지가 은근히 걸쳐져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레오나드에게서 고스트 라이더가 연상된다는 것인데, 니콜라스 케이지가 2007년 영화에 해당 역할을 맡았다.


사냥개가 최후 장애물이었다면 중간 방해자로서 감옥 동료인 게일와 에빌의 존재 역시 언급해야하는데, 그들의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옥에서의 탈주 장면이다. 게일(존 굿맨 역)은 진흙탕에서 좀비처럼 뚫고 나오며 동료인 에빌을 마치

태아를 자궁에서 빼내듯이 발목을 잡아 꺼꾸로 들어올린다.  실제로 그들은 교도소 내 집단 상담 시간에 '일이 가족보다 더

중요하다'라거나 '교도소가 더 편하다' 등의 말을 하는 가정 결핍의 덤앤더머의 전형이다. 그들이 아기 아리조나를 2회에

걸쳐 도로에 두고 질주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데 기실 그들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음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인물이다.


그들이 시골 농부들의 은행을 강탈한다는 윤리의 위반 역시 이를 반증한다. 그들은 아기의 어여쁨은 알지만 기저귀조차 어떻게

갈아야하는지 모르는 존재이고, 강도시 '움직이지말고'와 '엎드려'를 구분하여 발화하지 못하는 언어 치유가 필요한 루저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이후 코엔 형제의 세계 속 킬러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성숙하지 못한 캐릭터의 출발로서 기억될만하다.

영화는 꿈으로 끝났다. 물론, 그것은 사냥개 레오나드의 대결에서의 승리 이후에 가능하기에 밝은 미래로의 예지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편은 이들의 불임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치유되는지 말하지 않고, 꿈 속에 머무르게 한다. 그것이 코엔 형제의 두번째

작품의 좌표다. 나이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라는 환타지와 성장이라는 위헙을 통과한 꿈은 이제 '유타'를 말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가정이라는 시스템의 중핵적인 가치단위를 이념적 냉소가 아닌 위험한 통과로 넘겨버리는 체험이며

높은 아들  '하이 H.I.'가 낮은 아버지 'Smlls'를 파괴하는 동안 결코 울지 않는 아리조나라는 이름의 아기의 귀환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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