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 3 - 밀러스 크로싱

2017.09.17 18:56조회 수 1댓글 0 첨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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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까지 그들을 17번 만날 수 있었다.

조엘 코엔은 1954년생, 에단 코엔은 1957년생이다.  

   

2017년 110번째 영화


3. 밀러스 크로싱 Miller's Crossing (1990) : 아들은 집을 떠난다. 


본편은 가족 시네마다. 조폭 마피아 패밀리 등의 농담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진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들을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본편의 톰(가브리엘 번 역)에게서 <요짐보>를 추출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되지만,  30여분이 경과된 단락에서

톰이 조니 캐스퍼의 부하들에게 구타당할 때 처음으로 흔들린다. 물론, <요짐보>의 떠돌이 사무라이도 궁지에 몰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서사가 진행될수록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수회에 걸쳐 궁지에 몰려 버둥거리고 요행수에 살아남는 톰의 면모에서

더 이상 <요짐보>의 이간계를 통한 완전해결사의 캐릭터는 상상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는 결국 코엔형제의 아이러니극인가?


물론, 그것은 오프닝 타이틀 프레임에서 전시된 모자 이미지가 이후 톰의 그것으로 연결되면서 제어될 수 없는 국면 앞에서

무력한 인간으로 설명되면 납득할만한 인생의 희비극으로 해제되기도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는 코엔 형제에의 일반론이다.

그럼에도 관객은 오프닝의 첫 대사들, 즉 조니 캐스퍼가 내뱉는 일련의 작품에 대한 명시적인 어구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의리, 캐릭터, 도리'라는 문장은 캐스퍼의 후면에 흐린 초점으로 보이지 않는 톰과 더불어 작품 내부를 내내 지배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머쓱하게도 본편은 톰이 리오에게 '의리 등등'을 지키는 강호의 책사로서의 술수의 시간을 내비치고 있는 것일까?


그 전에 물어야할 것이 있다. 톰은 왜 영리한가이다. 사실상 갱스터 제국의 보스 리오(그는 아일랜드인으로 추정된다.)에게

인정받는 톰은 갱으로서의 완력, 배짱, 기술 등등을 소유하기보다는 영리하다는 말로 정리되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극중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있는 인물이다. 자, 이제 영화는 톰의 1인극으로 좌표화된다. 던져진 질문 '왜' 영리한가의 '왜'가 그다지

적정한 단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들을 위해 '과연'이라고 해둘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과연'은 곧 '왜'로 연결되게된다.

애석하게도 전술한 바에서도 확인되듯이 톰은 그다지 극중에서 리오나 캐스퍼가 말하듯이 영리한 인물이라고 포장될 수 없다.


오히려 영리한 인물은 톰이 아니라 버니(존 터투로 역)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에디 데인으로 지정됨이 타당하다. 톰은 다가올

갱스터 전쟁의 난국을 제갈공명처럼 예견하고 정리하는 인물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죽음의 순간에 타인의 방치나 처리로 인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말했듯이, 관객은 이같은 톰의 위기의 틈새를 아이러니라는 선호 정서로 메워놓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결말부에서 캐스퍼와 버니의 죽음에서 관객은 톰의 영리함을 확인받으면서 안도와 만족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서사 전체를 뒤집어놓고 끝에 매달린 결과물에 도취한 격인데, 애당초 첫 질문부터 제대로 착안되지 않은 까닭이다.


영리한 톰이란 명제가 설립 불가능함을 인지했다면 다음 질문은 톰은 왜 버니를 캐스퍼에게 넘기자고 리오에게 간하는가에 있다.

이에 대해 갱스터 간의 규약,  도시의 안정, 대를 위한 소의 희앵 등등의 윤리를 가장한 망발은 접어두어도 좋다. 차라리 동일한

상황에 접속함이 타당한데, 버니는 리오의 연인인 베나(마샤 게이 하든 역)의 친동생이며 동시에 예상 가능하게도 베나는 톰과

관계 중이다. 즉, 톰은 자신과 잠자리를 하는 여인 베나의 남동생을 죽이자라고 자신의 연애 경쟁자이자 자신의 보스에게 간하는

격이 된다. 이로부터 생성되는 결론은 톰은 베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이거나 버니가 일정 선을 넘어섰다는 추정이다.

1.jpg

그런데, 베나는 남동생 버니에 대해 무척 걱정함이 드러나는데도 톰은 이를 무시한다. 게다가 극은 캐스퍼의 오프닝 대사 외에는

선명한 이미지로 '일정 선'을 넘은 버니의 면모를 전시하지 않는다. 톰의 버니에 대한 폐기 선언은 그 자신도 첫 상황에서는

이행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그 첫 상황, 즉 톰이 버니를 죽여야하는 밀러스 크로싱의 숲 속에서의 상황은 톰이 자신이 베나와

만나고 있음을 리오에게서 실토한 이후 사실상 조직에서 파문되고 캐스퍼에게 이간계를 행하기 위해 접근한 이후에 발생한다.

이 대목은 장르 바깥에 있다. 왜 리오는 톰을 죽이지 않고 구타하는가 그리고 왜 톰은 여전히 계책을 버리지 않고 이행하는가?


관객은 톰의 캐스퍼-에디 사이의 분열책이 성공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버니가 밍크를 죽인 것도, 러그가 밍크에 의해

살해된 것도, 맥거핀으로 러그의 가발이 소년에 의해 사라진 것도, 그 무엇도 톰이 행한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톰이 그 모든

상황의 복잡계 안에서 놀라운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조정 정리했다고 확정할 수도 없다. 가령, 에디가 죽은 시체가 버니가

아니고 밍크임을 통찰한 급반전의 위기 국면에서 이를 일거에 정리한 캐스퍼의 에디 살해 어디에 톰의 책략의 성공적 달성을

확신할 수 있는가?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편이 확연하다. <블러드 심플>의 라이터처럼 본편의 '가발' 역시도 '아무도 모른다'라고


물론, 결말부에서 버니의 진술을 통해 관객은 대강의 진상을 알게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극 전체를 장악했다는 서사적 쾌감으로

전이될 수는 없다. 사건은 매순간 흘러왔으며 마지막 순간에 톰은 버니(혹은 캐스퍼)를 잡았을 뿐이고, 그건 극의 시작에 타인의

손을 빌어 처단하고자 했던 전술이 한차례 포기/연기되었을 뿐이고 종결에서야 비로소 말의 제자리를 찾아서 실행된 것 뿐이다.

이제 질문이 다시 정리한다면 그것은 왜 톰은 버니를 죽이고자 하는가이다. 이를 위해 소화될 아주 편리한 가정은 '가족'이다. 

결코 영리하지 않(았던)은 톰은 리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심지어 리오는 자신의 연인 베나와 톰의 관계를 알고도 죽이지 않는다.


톰에게 리오가 유사 아버지임은 부정할 필요가 없다면 베나와의 관계는 곧바로 오이디푸스화된다. 하지만, 톰은 유사 아버지를

죽이지 못한다. 대신 대리자가 거기에 끼어들어 대속의 처형을 당할 뿐이다. 그것이 '의리, 인물, 도리'를 말한 캐스퍼임은

불문가지다. 캐스퍼의 아들의 자리에 톰이 배치됨을 지시하는 두 단락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캐스퍼의 아들이 등장하는

두 장면에서 아내인듯한 여성은 이탈리아어로만 말하고 이에 캐스퍼는 영어로 응답한다. 두 사람 간에 소통은 되지만 관객은

그녀를 극내로 배치할 수 없다. 아주 간단한 손놀림으로 아들에게 돈을 쥐어주려했던 캐스퍼의 의중은 아들의 멍청함으로

망쳐진다.  엄마와 아들이 나간 바로 그 자리에 톰이 들어오고  이번에는 톰이 캐스퍼의 수표를 받을 수 입장이 된다.


다른 동일한 단락에서  톰이 캐스퍼에게 에디와의 사이를 이간질할 때 갑자기 뛰어들어오는 인물은 캐스퍼의 멍청한 아들이다.

소년은 수상의 기쁨을 전하러 왔지만, 정작 캐스퍼는 아들의 따귀를 때린다. 실제로 그 따귀를 맞아야할 이가 누구인가는

명하다. 게다가, 캐스퍼는 아들에게 '저 아저씨를 닮아'라고 말한다. 이제 캐스퍼에게 톰이 누구인지는 명확해졌다. 아들로서의

톰이 리오와 캐스퍼 사이에서 리오를 선택해야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리오의 위기 돌파력인데, 리오(알버트 피니 역)는

자객의 급습과 자택의 화재에도 일당을 당당히 서혼자 서서 처리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언터처블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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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당연하겠지만, 톰이 오이디푸스적인 관계를 행한 것은 캐스퍼가 아닌 리오에게서이기 때문이다. 즉, 부정되어야하는

것은 리오이지만, 리오의 기관총 남근의 실재계의 법칙성은 아들로서 보존하면서 대리자를 처단함으로서 아들로 재인정받는

것이 정답이다. 그 와중에 베나의 남동생이지만, 사실상의 아들이라 할 버니는 경쟁자이자 거울로서 파괴되어야할 존재다.

기이하게도 리오/베나/버니가 한 프레임에 잡히는 장면이 전혀 없음은 이들의 가족 구도를 드러내거니와 버니가 베나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결코 등급의 문제가 아닌데, 왜냐하면 베나가 팜므 파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자의 운명을 움켜준 남근 탈취의 위험 인자가 아니다. 오히려 남동생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모성이다.


무억보다 베나는 금발의 뇌쇄적인 미모의 여인이 아니다. 배우의 외모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팜므 파탈을 원했다면

그 배역은 비슷한 나이의 샤론 스톤이 더욱 어울렸을 것이다. 베나의 캐릭터에 필요한 것은 조직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는

불순함이 아니라 남동생을 보호하려는 연약함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막 경력을 시작했던 마샤 게이 하든이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베나가 거의 마지막으로 톰과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떠날 때 뒷모습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이공간으로 차단된다.

( 봄 춘 春 과 길 장 長, 두 한자어의 조합에서 무엇을 추출하든, 그것이 반어적으로 구술되었음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언급했듯이  리오/베나/버니가 그토록 서로를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존재라면 왜 프레임은 그들을 한 화면 안에 두지 않는가라는

의문은 곧 그들이 언어와는 달리 결여된 가족 이미지이며 엔딩에서 유사 아들인 버니의 죽음 이후에야 한 프레임에 리오-베나가

포함된 이후 결혼이라는 의식으로 응답된다. 버니라는 혼외 아들을 적자인 톰이 살해한 이후에야 비스듬한 오이디푸스의 가족은

완성되지만, 그 곳에 아들의 자리는 없다. 톰 역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죄악과 영리함의 근원을 이탈하고자 한다.

톰은 대속 부친인 캐스퍼가 사실상의 유사 아들인 에디를 살해하는 순간의 당혹을 자신의 미래적 위치에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 시네마로 돌아가보자. 톰은 아버지인 리오와 어머니인 베나를 결혼시키기 위해 그들 사이의 장애물인 버니를 제거한다.

처음부터 목적은 이것이었다. 이를 위해 동원된 것은 대리자로서의 유사 가족인 케스퍼-에디의 자리다. 톰과 같은 아들 위치로서

에디는 톰의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하지만, 결국 동성애라는 가부장제 바깥으로 이탈시키려는 톰의 전략 앞에 아버지로부터

버림의 살해를 당한다. 반전은 톰이 도저히 죽일 수 없는 아버지 리오 대신에 대리 부친 캐스퍼를 자신이 아닌 동류의 아들인

버니로 하여금 죽이게하는 차도살인지계를 완성하는 끝에 자신의 분신인 버니를 두번의 연기 없이 처형하는 각성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톰은 떠나야한다. 이제 결혼을 앞둔 리오-베나 앞에 그의 아들로서의 자리는 보장될 수 없다.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분노를 삼킬 것이며 언젠가 리오는 톰의 머리통을 삽자루로 가격하고 머리통을 총격할 것이다. 오이디푸스의 여행은 끝났고

그동안 도무지 이해불가할 정도로 거의 모든 갱스터에게 구타당해야헸던 톰의 육체는 이제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게되었다.


끊임없이 두들겨맞고 전혀 영리하지 않게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톰은 자신을 믿어준 아버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자신을 구타한

아버지를 결국 옹립시킨다. 아들의 역할은 자신의 성장이 아니라 아버지의 보존이 된다. 전작 <아리조나 유괴사건>에서 주인공

하이가 절대악인 스멜스를 폭파시켜버림으로서 성장한 것과 정반대로 본편에서 아들 톰은 아버지 리오를 오히려 상승시킨다.

가족 시네마의 종결은 장르적으로 미래적 회복이지만, 본편은 그를 단호히 거부하고 자신을 구타하는 아버지의 세계에서 완전히

탈주하기 위해 유령('캐스퍼', '버니','에디')같은 대속인들을 폐기시키고 비로소 묘지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서 있을 수 있다.



<밀러스 크로싱>은 바람에 끝없이 날려 잡으려하면 날아가고 다시 잡으려면 날아가버리는 모자와도 같은 불가지론의 세계이며

아버지의 구타라는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사아들과 대리 아버지를 정리한 아들의 실패한 오이디푸스 시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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